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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공공주택은 좁아도 되나요

by gambaru 2024.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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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공공주택의 세대원수별 적정 면적을 새롭게 정했습니다. 개정안에는 세대원수에 따라 신청이 가능한 주택 규모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내용이 신설됐습니다. 새 규정에 따라  세대원 수가 1명인 경우는 35㎡ 이하, 2명은 25㎡ 초과~44㎡ 이하, 3명은 35㎡ 초과~50㎡ 이하, 4명 이상은 44㎡ 이상의 공공주택 입주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세대원 숫자에 따른 공급 면적 제한은 1인 가구에 한정해서 적용해왔습니다. 단독세대주(1인 가구)는 전용면적 40㎡ 이하의 주택만 신청 가능하다는 규정이었습니다. 1인 가구에 대한 최대 공급면적이 이번 개정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인 가구 역시 여태까지 1인 가구에 공급하던 정도로 면적이 감소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번 개정은 자녀가 있는 세대에 넓은 평수의 공공주택을 공급하려는 취지였습니다. 저출산 대응 고육책임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러지 않아도 차별 받는다고 느끼는 1인 가구에서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1인 가구는 1,000만 명을 돌파했고 전체 가구의 34.5%를 차지합니다.

 

35㎡면 10평입니다. 요즘 유행인 농막이 최대 6평이니 그에 비하면 넓은 편이긴 합니다. 설계하기 나름이겠지만 화장실, 욕실, 주방을 갖추고도 쾌적한 10평 공간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기준으로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한 공간은 아닙니다. 그러지 않아도 좁았는데 1평 반이 줄었으니 1인 가구들의 마음이 답답해질만도 합니다.

공공주택의 공간을 이런 방식으로 좁히겠다는 발상이 가능한 것은 국내법으로 정한 주거 최저 면적 기준이 너무 좁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2004년 처음 법에 명시된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최저주거기준은 1인 가구 12㎡였습니다. 이 기준은 2011년 개정돼 14㎡(4평 남짓)로 넓어져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좁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나다를까 주거문화가 우리와 비슷하면서 협소주택으로 유명한 일본도 1인 가구 기준 최저주거면적은 25㎡입니다. 집값이 비싸지만 대신 공공임대주택 보급이 활발한 싱가포르의 임대주택 최소 공급 면적도 23㎡입니다. 우리보다 3평 정도는 넓습니다.

6년 전 유엔의 적정주거 특별보고관이 한국을 방문해 서울, 부산, 과천, 진주 등의 주거 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방문했던 장소 중 가장 우려되는 곳으로 고시원을 꼽았습니다. 고시원은 최저 주거면적 이하로 협소한데다 주방, 화장실 등이 공동 사용입니다. 그는 노숙인(homeless)의 범주에는 "상당 기간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도 포함된다고 했습니다. 고시원이나 쪽방,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 등에서 거주하는 이들은 국제인권법 기준으로는 '노숙인'입니다. 몇 년 전 서울시는  조례로 고시원 개별 방의 면적을 전용면적 7㎡ 이상(화장실 포함 시 9㎡ 이상)으로 하고, 방마다 창문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그때까지 서울시 내 고시원의 절반 이상이 7㎡ 미만이었습니다.

고시원 사정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2평 남짓이라는 기준 자체가 숨이 막힙니다. 집 평수로 압박해 출산을 유도하겠다는 발상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국회에 제출된 ‘임대주택 면적 제한 폐지에 관한 청원’은 10여일만에 2만 명 동의를 넘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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