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초등학생의 방과 후 활동과 돌봄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초부터 ‘늘봄학교’를 도입했습니다. 지금도 맞벌이 가정 등의 초등학생 자녀에 대한 돌봄을 위해 ‘온종일 돌봄’ ‘방과후 학교’ 같은 제도가 있었습니다. 이를 통합해 학부모들이 신청하면 아침에는 등교 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저녁에는 8시까지 아이들을 학교에서 맡아 돌보겠다는 겁니다. 지난해 3월부터 인천, 대전, 경기, 전남, 경북 등 5개 교육청에서 모두 214개 학교가 참여해 시범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시범 운영을 해보며 문제점들을 보완해서 2025년부터는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해 여름쯤 갑자기 “학부모 수요가 높다”며 이 계획을 1년 앞당겨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2024년도 1학기에 전국 2,000여 개 학교에서 적용하고, 2학기에는 이 규모를 6,000여 개로 확대하겠다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돌봄 어떻게 확대되나
기존의 방과후 학교나 온종일 돌봄은 원하는 사람이 많을 경우 정해진 우선 순위에 따르거나 추첨을 통해 일부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늘봄학교의 경우 희망하는 가정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맞벌이 가정이 아니더라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방과후 학교 참여율은 50% 정도, 돌봄 참여율은 11% 남짓인데 희망자를 대상으로 이 비율을 100%로 하겠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방과후 수업은 오후 1~5시 정도였고 돌봄까지 할 경우 오후 7시까지 학교에 머무를 수 있었습니다. 늘봄학교의 경우 정규 수업 전 아침 7시부터 올 수 있고 수업이 모두 끝나도 최장 저녁 8시까지 학교에 있을 수 있습니다.
비용 또한 지금까지는 무료수강권 등을 받는 저소득층을 제외하면 학생·학부모 부담이 원칙이었습니다. 하지만 새 제도에서는 매일 2시간 이내 2개 프로그램까지는 비용을 무료로 합니다. 교육이나 돌봄 공간도 현재 방과후 수업은 학교 내 일반 학급을 이용하고 돌봄 역시 교내 돌봄교실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늘봄학교의 경우 돌봄교실, 특별실, 일반교실 등 교내 시설은 물론이고 거점형 늘봄센터나 지역 돌봄기관, 도서관, 공공기관, 대학 등 학교 주변 지역의 교육 공간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학교 돌봄 업무 기간제 교사 전담
늘봄학교는 새 학기 2,000여 개를 시작으로 올해 안에 전국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신청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대상 학년은 내년도에는 2학년까지로 늘어나고, 2026학년도에는 초등학생 전체로 넓힙니다.
이처럼 시간을 늘려 학교가 돌봄을 도맡을 경우 관련 인력이나 공간 확보는 필수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1학기에 과도기적으로 기간제교원 등을 배치해 늘봄학교 신규 업무가 기존 교사에게 전가되는 것을 방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어 2학기에는 학교마다 늘봄지원실을 신설하고 늘봄실무직원을 학교에 배치해 기존에 교사가 맡았던 방과후 수업이나 돌봄 업무 등 늘봄학교 관련 행정업무를 전담하도록 할 방침이다. 내년에는 학생 수가 많아 돌봄 인력도 많이 필요한 학교를 중심으로 지방공무원을 배치해 늘봄지원실장을 맡긴다고 합니다.
■늘봄학교 시범 운영 너무 짧아 우려
아직 육아의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초등 교육 과정에 공공 돌봄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문제는 과연 인력 확보가 정부가 약속하는 것처럼 쉽겠느냐는 겁니다. 전일 돌봄을 위한 학교 내 공간 확보도 지금 계획처럼 짧은 시간에 가능할까 의문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적지 않은 예산이 들 텐데 이 돈을 어디서 가져오느냐도 궁금합니다.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으니 추가로 예산 배정되기는 어려울 테고 기존의 교육 예산에서 떼와 쓴다면 이 정책을 반기기만 할 일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려집니다.
방과후 학교나 돌봄교실에 대한 기대와 만족도가 높은 건 사실이겠지만 서비스 이용자가 아니라 공급자의 시각에서 보면 돌봄 확대는 간단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떤 학교는 지금도 방과후 수업 강사를 구하지 못해 교사들이 프로그램을 맡아 간신히 끌고 나간다고 합니다. 시범 운영 중인 늘봄학교 가운데는 운영을 위한 행정 업무를 교사가 떠 맡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정부가 교사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시작한 돌봄 확대입니다.
돌봄 확대는 모양만 그럴 듯했지 그 일을 누구 맡을지 아직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좋은 교사 운동’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늘봄학교 업무를 누가 맡고 있는지 알아본 결과 정규직 돌봄 전담사는 전무하고 기간제 교원이나 비정규직 행정인력, 자원봉사자가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범 운영 기간 중 돌봄 수요도 점점 줄었다고 합니다. 이유가 분명하진 않지만 기대했던 만큼 늘봄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가며 차근차근 돌봄 정책을 확대해 가야 불필요한 갈등도 줄이고 예산을 허투루 쓰는 일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