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 사립고, 외국어고 등 입시 경쟁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지난 정부에서 폐지하기로 했던 특수 목적 고등학교를 그대로 두기로 정책을 바꾼 정부가 이번에는 자율형 공립고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공립고이지만 학교의 자율적인 결정의 폭을 넓히고 지방자치단체나 대학, 기업, 법인 등과 협약을 통해 다양한 교육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실험입니다. 이번에 신청을 받아 전국에서 40개 공립고를 이 ‘자공고’로 지정했습니다. 예산 지원도 기존 공립고보다 더 많기 때문에 대학 입시 준비 일변도였던 고교 교육에 어떤 변화를 줄지 관심이 갑니다.
2010년부터 시작, 사실상 유명무실
자공고가 이번에 처음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지만 교육과정 등에 학교의 자율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자공고가 이 이름으로 시작된 것은 2010년부터입니다. 그 전에 개방형 자율학교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학교가 있었고 이들 중 공립학교를 자공고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거창고처럼 개방형 자율학교로 운영되던 사립학교들이 유명세를 얻은 것에 비하면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았습니다. 지역별로 편차도 있고 상당수 학교들이 기존 공립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새 자공고, 지역 연계 교육에 방점
정부가 이번에 새로 지정해 발표한 ‘자공고 2.0’은 이런 문제를 개선해 지방자치단체, 대학, 기업 등 교육과 연관성 있는 지역의 핵심 조직들과 협약을 해 이들이 보유한 인력과 시설 등을 충분히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든 사례를 보면 부산의 경우 한국수력원자력과 협력해 기장군에 있는 자공고에 과학 중점 특화형 교육 모델과 과학기술 인재 양성 맞춤형 프로그램 도입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나주의 경우 교육발전특구와 연계하고 나주혁신도시 입주 기관, 한국에너지공대 등과 협력해 지역 내 자공고 3개 학교에 특성화된 교육 과정을 운영합니다. 이들 3개 자공고는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학교를 넘나들며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지역의 장점을 살려 과학, 문화 교육을 강화하고 이를 취업과도 연계시킨다는 이런 접근은 진학을 앞둔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관심 가져볼 만 합니다.
| 학교 | 협약기관 | 운영 계획 |
| 부산 장안고 |
한국 수력원자력 고리본부 |
· 원자력 관련 과학 중점 교육과정 운영, 과학 과목 신규 개발 · 과학기술 인재 양성 맞춤형 프로그램(과학 중점 동아리 10개 이상, 전문가 특강, 글로벌 독서교육 프로그램) 추진 · 메이커 기반의 STEAM 교육 프로젝트, 과학 영재 과정(전공별 심화학습 R&E 활동 등) 운영, 과학 분야별 전공 실험 교과 개설 · 한국수력원자력, 지자체의 인적자원개발 인프라 활용 교원 연수 프로그램 개발 및 국내·외 교육과정 사례 연구를 통한 교육 다양성 확보 |
| 나주고‧봉황고‧매성고 연합 | 나주시,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과대, 동신대, 나주혁신도시 입주 공공기관 등 | · 3개고 연합 지역특화형 공동교육과정 공동 개발·운영 · 재학생의 지역 내 대학 진학 및 취업 지원 · 고교-대학-기업으로 이어지는 지역 교육생태계 구축 · 나주고 : 공동교육과정 개발·운영 거점고 △전력·반도체 등 특화 과정 개발, 토론중심교육 및 AI 디지털 교육혁신을 통한 수업 개선 · 매성고 : 정보보안 특화과정 개발 및 현장 실습-진로 체험-산학 연계로 이어지는 실무형 과목 신설, 전남미래교육재단 등과 연계한 교원 역량 강화 프로그램 운영 · 봉황고 : K-콘텐츠 특화과목 개발 및 영어 특화교육과정(ESP) 및 IB 연계형 교육과정 운영, 한국-호주 간 글로벌 프로그램 운영(노만허스트고교 문화교류 수업, 뉴잉글랜드 대학과 의학·핵과학 등 여름특강 운영 등) |
| 공주고 | 공주시 | · 지자체 지원을 통한 인문-문화예술 교육과정 및 국제 역사·문화 교류 프로그램 개발·운영 · 지역 복지시설 연계 봉사활동, 인성교육 과정을 통한 지역 특화형 孝문화 프로그램 운영 · AI/SW 활용 프로젝트 수업, 공주시 통계 DB 활용을 통한 창의주제탐구활동, 수업 모델 혁신을 위한 IB 교육과정 도입, 교원 역량강화 연수(국내·외 컨퍼런스 참석, 우수교 방문 등) 지원 · 지자체와 연계한 학생 유치, 취업 역량 강화 등 지역 인재 육성 프로그램 공동 개발을 통해 우수 인재의 공주 지역 정착 유도 |
| 안동 여고 |
안동시, 국립 안동대 등 |
· 지자체, 한국국학진흥원, 안동대 K-인문과정 등과 연계하여 고교 K-인문학 과정 개발·운영, 문화콘텐츠 관련 신규 과목 개설(‘사제 간 독서 토론 프로그램’ 및 지역 문화행사 및 도서관·서점 등과 연계한 독서 프로젝트 추진) · 안동대, 바이오 산업단지 의약 연구소와 연계해 전문인력을 고교 교수인력(산학겸임교사, 강사)으로 초빙 · 바이오 제약 교과 및 교육과정을 개발·운영, 인턴십 프로그램, 산업체-고교 협력 공동 연구 프로젝트 추진 |
교육과정 자율성 과거보다 높아져
교육과정이나 교사 배치의 자율성도 과거 자공고보다 높아지고 재정 지원도 늘어납니다. 지금까지 자공고가 일반고와 거의 비슷한 형태였다면 새 자공고는 자사고나 특목고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합니다. 교장 임용도 기존에는 교육 경력이 있는 공무원·교원으로 한정했지만 개방형 교장공모제로 임용의 폭을 넓힙니다. 교사도 지금까지는 관련법에 따른 학교별 정원 범위 내에서 배치할 수 있었지만 새 자공고에서는 그 정원의 100%를 초빙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교원 추가 배정과 신학 겸임교사 임용도 지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재정 지원도 교육 지침에 맡기던 것을 기존 학교 운영비에다 특별교부금과 교육청 대응 투자(2억 원)를 보태 늘리고, 협약기관과 지자체의 추가 재정 지원도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