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등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4일(현지시각) 치러진 영국 조기 총선 출구조사 결과 제1야당 노동당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고 보도했다. 개표 결과도 비슷하다면 제1야당 당수였던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차기 총리가 되고 14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지게 된다.
영국 BBC 방송과 ITV, 스카이 뉴스 등 방송 3사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와 함께 이날 오후 10시 투표 마감 직후 발표한 공동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노동당은 하원 650석 가운데 410석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집권 보수당은 131석, 자유민주당은 61석, 개혁당은 13석, 스코틀랜드 국민당은 10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이번 총선의 핵심 쟁점거리는 심각한 생활수준 저하와 급증하는 진료대기 환자로 대표되는 공공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라고 지적했다.
영국인들의 삶의 질은 보수당 주도로 브렉시트를 완료했던 2019년 12월 총선 때보다 훨씬 더 나빠졌다.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이 7%나 줄었고, 브렉시트 이후 더 심해진 인력 부족, 코로나 팬데믹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가세했다. 팬데믹 봉쇄 때 보수당 존슨 총리는 관저에서 파티를 열고 동료 의원의 스캔들에 늑장 대처하는 등의 실책으로 물러났고, 후임 리즈 트러스 총리는 근거 박약한 대규모 감세정책으로 시장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은 끝에 취임 45일만에 물러났다. 인도계 총리로 관심을 끌었던 리시 수낵 현 총리는 이미 보수당을 떠난 민심을 되돌릴 수 없었다.
조사업체 ‘모어 인 커먼’이 6월 말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뽑은 주요 쟁점은 인플레로 인한 생활비 급증 위기(64%), 공공의료 서비스(53%), 이민정책(25%), 주택정책(19%) 순(복수 응답)이었다. 보수당이 잃은 실점 순위표와 같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가 지난 2일 종합해 보도한 여러 여론조사업체들의 조사결과들을 보면, 정당별 평균 지지율은 노동당이 40%, 보수당은 21%였다. 조사업체 ‘서베이션’에 따르면 노동당은 블레어 정권이 발족한 1997년 총선 때의 확보 의석수보다 60석 이상 늘어난 484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총의석수의 70%가 넘는다.
노동당은 토니 블레어 당수 시절이었던 1997년 총선에서 418석을 획득하는 대승을 거두었으나, 이번에는 그것을 넘어 2차 대전 이후 단일정당으로서는 최대의석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 1832년 이후 최대 의석을 확보하는 단일 정당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반면에 보수당은 165석을 얻어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대패’로 기록된 1997년 총선 때보다도 못한 ‘전후 최악’을 넘어 지난 100년간 겪어 보지 못한 대패를 당할 가능성이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