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온라인 환경의 특성을 악용한 신종 탈세에 엄정 대응하겠다며 21건의 탈세 수사 계획을 4월 23일 밝혔는데 그 중 이른바 벗방 방송사·기획사와 BJ가 어떻게 수익을 얻는지 자세하게 설명한 대목이 있어 눈길을 끕니다. '벗방'은 '벗는 방송'의 줄임말로, BJ가 옷을 벗고 신체 노출을 하며 진행하는 온라인 성인 방송을 말합니다.
국세청 설명에 따르면 최근 성행하는 벗방은 기획사가 BJ들을 모집 및 관리하며 벗방 방송사의 웹사이트 또는 모바일 앱에서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구조입니다. 시청자들은 BJ와 채팅으로 소통하며 유료 결제 아이템을 후원하고, BJ는 시청자들의 아이템 후원 금액에 따라 신체 노출, 성행위 묘사 등의 음란행위를 차등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런데 일부 기획사는 방송 중 시청자의 실명이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여, 시청자인 척 위장하고 소속 BJ에게 수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후원하여 다른 일반 시청자가 경쟁심에 더 큰 금액을 후원하도록 부추겼습니다.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일반 시청자들은 BJ의 관심을 받기 위해 대출까지 받아가며 BJ를 후원했고 이 때문에 생활고에도 시달렸다고 합니다. 어이 없는 일이지만 이런 방송에 현혹 또는 중독돼 마음까지 뺏긴 사람도 있는가 봅니다.
벗방 방송사·기획사의 사주와 BJ는 이처럼 시청자를 속이며 벌어들인 수입으로 명품·외제차·고급 아파트 등 호화 생활을 누렸습니다. 그런데도 소득을 정확하게 신고하지 않고 거짓 세금계산서를 수취하거나 친인척에게 인건비를 지급한 것처럼 꾸며 허위 경비를 계상하고, 과세사업자임에도 면세사업자로 위장하여 부가가치세를 전액 탈루한 혐의가 있다고 합니다.
국세청은 이번에 벗방 관계자 뿐 아니라 온라인 중고마켓의 명품 등 판매업자, 부당 세액 감면을 받은 유튜버 등도 조사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