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인센티브와 연계해 대학에 무전공 선발 확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무전공 선발 방식은 두 가지입니다. 한 가지는 아예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한 뒤 원하는 학과 아무 곳이나 갈 수 있는 유형입니다. 다만 보건 의료나 사범 계열은 예외입니다. 또 한 가지 유형은 과거 계열별 입학이나 학부제 도입 때와 비슷하게 계열이나 단과대학 별로 입학해 그 범위 안에서 학과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입학한 학생들은 2학년 이후 지금의 학과에 해당하는 세부 전공을 선택해서 공부할 수 있게 됩니다.
■당장 내년부터 무전공 입학 대폭 확대될 듯
교육부는 당장 내년부터 전자의 경우 정원의 5% 이상, 후자의 경우 정원의 20%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하는 대학에 한해서 대학혁신지원 사업비의 절반 가량인 4,426억 원을 배분하겠다고 합니다. 2026학년부터는 전자의 경우 정원의 10% 이상, 후자는 정원의 25%를 선발해야 지원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대학들은 어느 정도 무전공 선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고 정부가 지원에 차별까지 둔다고 하자 도입하겠다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회원 대학 총장 19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71.1%가 무전공 선발을 확대하거나 도입하겠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서울대, 한양대 자유전공입학 늘릴 움직임
대학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무전공 입학 확대를 이미 공언했던 대학으로는 서울대와 한양대를 꼽을 수 있습니다. 현 총장들이 취임 때 약속한 내용이어서 대학 내부적으로는 선발 학생 규모나 선발 방식 등 밑그림을 그려 놓은 상태라고 합니다.
서울대의 경우 2025년 3월에 학부대학을 새로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울대는 지금도 자유전공학부 제도가 있는데 이곳 정원 123명을 400명 정도로 늘려서 학부대학으로 하는 방안입니다. 이렇게 되면 서울대는 전체 신입생의 11% 이상을 무전공 입학으로 선발하게 됩니다.
한양대도 마찬가지로 자유전공학부인 한양인터칼리지를 신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과 이과 구별도 없이 모두 330명 정도의 학생을 선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대학 쪽에서는 선발 인원이 아직 미정이라고 하지만 자유전공 선발 때의 교육부 지원 기준인 5%나 10%를 넘는 규모가 될 것입니다.
한국외대 역시 총장이 최근 무전공 입학 확대를 공개적으로 밝혔고 지난해부터 글로벌캠퍼스에 자유전공학부인 ‘글로벌 자유전공학부’를 개설해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는 만큼 내년부터 학생 규모를 늘리는 등 준비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연세대, 고려대 등 다른 대학도 논의 활발
연세대와 고려대 역시 내부적으로 관련 논의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앞서 언급한 대학들처럼 구체적인 선발 방식이나 규모 같은 내용이 들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고려대는 이미 인문사회계열에서 자유전공학부로 95명 정도를 선발하고 있어 이를 확대 개편하는 방향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화여대는 지금도 계열별 통합 선발을 하고 있어 교육부의 20%, 25% 기준에 맞춰 선발 인원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그 외 다른 대학들도 이런 대학들 사례를 모델 삼아 무전공 선발 방식을 서둘러 도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상위권 대학 노리는 재수, 반수 더 늘어날 듯
교육부는 개편안에서 이같은 전공 선택이 100% 학생 자율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지침 그대로라면 인기학과에 학생들이 몰릴 수밖에 없어 비인기학과는 폐지될 위기에 몰릴 수도 있습니다. 인문 계열 같으면 문학, 역사, 철학 분야의 교수들이나 해당 학과 학생들이 정원 기준 없은 자율 선택을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학생들 처지에서는 선택의 기회가 넓어진다는 점에서 반길 일일 수 있습니다. 학과별 선발 때보다는 상위권 대학의 문을 두드려 볼 기회가 넓어졌다는 생각에서 재수나 반수를 택하는 학생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어찌 됐든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입시 제도에 또 한 번 큰 바람이 불어닥치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