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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 합격, 이보다 좋을 때 있었나

by gambaru 2024.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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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뚝 떨어졌습니다. 지난 1월 접수 마감한 20249급 국가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21.8132년만에 가장 낮았습니다. 역대 최고였던 201464.613분의 1 수준입니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37.21이었으니 경쟁률이 해마다 뚝뚝 떨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다가 최근 치러진 필기시험 응시율 역시 75.8%로 근래 3년 사이 가장 낮았습니다.

공무원 직종의 인기 하락은 시험에 합격해 배치 받은 젊은 공무원들이 5년 안에 대거 사표를 내는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5년도 근무하지 않고 퇴직하는 공무원은 2018 5,670명에서 2023 13,566명으로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임용되자마자 그만둔 1년 내 퇴직자가 지난해 3,020명이었습니다. 이 통계의 퇴직자는 2022년과 2023년 합격자 일부를 포함한 것입니다. 2년 간 전체 합격자가 14,000명 정도이니 가장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합격자의 20% 이상이 바로 공무원을 그만 둔다는 말이 됩니다.

경쟁률 하락 최대 이유는 박봉

최근 5년 사이 퇴직한 젊은 공무원 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서 쓴 중앙일보 기획 기사를 보면 이들은 낮은 보수, 조직 문화, 악성 민원 등 과다한 업무가 중요한 퇴직 이유라고 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올해 공무원 9 1호봉 월 기본급은 세전 187 7,000원입니다. 여기에 정근수당(기본급 5%씩 연 2) 등 각종 수당과 성과 상여금, 명절 휴가비 등을 반영하면 월 평균 급여는 250만원 내외라고 합니다. 대기업 대졸 정규직 신입 초임이 세전으로 월 400만 원이 넘는다니 차이가 큰 것은 맞습니다.

청년들의 직업에 대한 인식이 변한 것도 공무원 인기 하락의 배경이라고 이 기사는 해석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만 13~34세 청년·청소년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직장을 조사한 결과 2009년에는 1위 국가기관(28.6%), 2위 공기업(17.6%) 3위 대기업(17.1%) 순이었지만 지난해는 1위 대기업(27.4%), 2위 공기업(18.2%), 3위 국가기관(16.2%)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점도 수두룩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의 이점은 여전히 적지 않습니다. 낮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201이 넘는 지원 경쟁은 여전히 입사 경쟁 치고는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최대의 이점 중 하나는 국가공원이 되면 정년이 보장된다는 점입니다. 일반 기업은 정규직의 문이 너무도 좁고 웬만해서는 언제까지 자리가 보장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비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과거보다는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월 300만 원 정도는 보장되는 연금도 매력적입니다. 공제회 등도 잘 활용하면 연금+α’의 노후자금 마련 수단이 됩니다.

육아휴직 등 복지 혜택이 대기업 수준으로 보장된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부처마다 사정이 다르긴 하겠지만 칼 출근, 칼 퇴근이 명목상으로 지켜지는 유일한 일자리가 공무원입니다. 게다가 마인드 컨트롤만 잘 하면 승진이 안 된다고 스트레스 받으며 일하거나 등 떠밀려 회사를 떠나야 하는 압박도 덜 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마음으로 일하면 갈수록 일이 수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주어진 일만 해내면 딴 짓 한다고 눈치 받은 들 대수겠습니까.

급여가 낮다고 아우성을 치니 인사혁신처는 이탈률이 높은 낮은 연차 공무원 임금 인상률을 높이겠다는 방침까지 내놨습니다. 9급 초임(1호봉) 봉급액은 전년보다 6% 인상하고, 5년 미만 재직자에게도 월 3만 원의 정근수당 가산금을 지급하겠다는 겁니다. 잡코리아 최근 조사를 보면 올해 인금이 인상됐다는 직장인은 60%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들의 평균 인상률은 5.7%였습니다. 공무원이 일반 기업보다 못 하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공무원 대대적인 처우 개선 대책 나와

정부가 파격적인 공무원 처우 개선 방안도 내놨습니다. 6급 이하 실무직 공무원 2,100여 명의 직급을 한 계단 승급시키겠다고 합니다. 7급의 경우 재직 11년 이상인 공직자 중 절반 정도를 근속승진시킵니다. 기존에는 매년 1차례 40%만 근속승진 혜택을 봤습니다. 지방직 공무원은 9급에서 4급 승진까지 필요한 최저 근속연수가 지금까지 13년에서 8년으로 줄어든다고 합니다.실제로 이만큼 직급이 오르는데 걸리는 기간은 28년이라고 합니다. 승진 최저 근속 기준을 줄여 이런 평균적인 승진 기간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만 합니다. 

또, 초등학교 2학년까지 자녀를 둔 공무원에게는 육아시간을 1일 2시간씩 3년 동안 줍니다. 비슷한 제도가 지금도 있지만 5세 이하 자녀에만 해당돼며 기간도 2년이었습니다. 재직 4년 미만 공무원의 연차휴가 일수를 최소 12일에서 15일까지로 늘립니다. 특이민원을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민원업무수당도 5만 원에서 8만 원으로 인상합니다. 지방공무원의 식대를 현재 8,000원에서 9,000원으로 인상합니다.
지방직이 지역축제나 기념식 등에 차출됐을 때 지급하는 경비도 없던 공통 기준을 정해 반일(4시간) 근무시 6만 원, 4시간 초과시에는 1일 상한액(12만 원) 범위 내에서 근무시간에 비례해 지급합니다.
학사 취득 목적으로 연수 휴직을 하는 경우 기간을 지금의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자기개발을 위한 학습·연구 목적의 무급 휴직인 '자기개발휴직' 재직기간 요건을 5년에서 3년으로 줄인다고 합니다.

국가공무원의 경우 야간대학에 진학할 경우 전공분야를 폭넓게 인정하고, 교육기관 협업을 통해 야간대학의 전공학과 개설을 새롭게 추진할 예정입니다. 지방공무원은 현재 국가직만 시행 중인 공직 내 '선취업 후진학'을 지원하는 공무원 학사과정 야간 위탁전형과 공무원 직무경력을 대학(원)의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직무경력 학점인정제'도 도입합니다.

준비 제대로 하면 합격 어렵지 않아

그래도 여전히 높은 지원율, 응시율을 보면 시험이 어렵지 않은지, 준비에 시간이 걸리는 건 아닌지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잘 뜯어보면 공무원 시험 경쟁률에는 상당한 허수가 존재합니다. 2023년 행정직 9급 공무원 시험에 원서를 낸 사람은 10만 명이 넘었습니다. 이 중 83,000명 정도가 실제 응시를 했습니다. 중요한 건 필기시험 합격자 규모입니다. 시험을 본 사람 중 6,000명 남짓이 1차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응시자 기준 필기시험 합격률이 7.4%입니다.

이를 국가자격증 시험과 비교해볼까요. 현재 국가자격증은 110개가 넘습니다. 다양한 기사 자격증은 국가에서 공인한다는 점에서 공무원 시험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 국가자격증 시험의 1차 합격률은 평균 40%를 넘습니다. 국가자격증 시험은 대개 1차 필기시험, 2차 필기 또는 실기시험으로 나누어 보기 때문에 필기시험 한 번인 공무원 시험보다 1차 시험이 조금 더 수월하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공무원 시험 필기 합격률이 심하게 낮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대로 준비 안 된 허수 지원과 응시가 적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국가자격증 시험도 어느 정도 허수 응시가 있을 테고, 필기 한 번이라 공무원 시험은 더 어려울 수도 있으니 공무원 필기시험 합격률을 25% 정도로 가정하고 나머지를 허수 응시라고 해봅시다. 이렇게 계산하면 2023년 행정직 9급 공무원 최종 합격자(4,885명) 대비 응시자 경쟁률은 51 정도가 됩니다. 올해는 지원자, 응시자가 줄었지만 선발 예정인원도 600명 정도 감소해 실수 경쟁은 2023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입니다. 공무원 되기가 요즘처럼 좋은 시기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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