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아침 대검찰청 입구. 전날 법무부의 검찰 인사로 뒤숭숭한 가운데 이원석 검찰총장이 출근을 위해 도착해 승용차에서 내린 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과 만났다. 매일 아침마다 있는 약식 질의 응답, 이를테면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안 하다가 그만 둔 도어스테핑 비슷한 거다. 기자들이 묻는다.
기자 A "어제 검찰 인사 있었는데, 총장님과 충분히 사전 조율 거친 게 맞습니까"
이원석 총장은 질문이 끝자나 바로 한숨부터 한 번 쉰다. 그러고도 바로 대답하지 않고 4초 정도 뜸을 들였다.
검찰총장 "어제 단행 된 검사장 인사는 ... ... ... ... ... ... ... 제가 이에 대해서 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7초 동안 말을 멈췄다. 아예 입을 닫을 생각이었으면 첫 마디가 "제가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인사는 총장이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등 원론적인 답변으로 질문을 피하면 될 텐데, 이원석 총장은 "어제 단행 된 검사장 인사는"으로 말문을 열었다가 더 이어가지 못했다. 준비해 온 말을 할까 고민하다가 순간적으로 에이 하지 말자 한 것 같은 분위기가 역력하다. 아니면 대답 도중 잠시 입을 닫는 것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한 것일 수도 있다. 질문이 이어진다.
기자 B "용산과 갈등설 빚어졌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바로 대답한다.
검찰총장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아닙니다"
기자 A "그러면 (이번 검찰 인사의) 규모나 시점 등도 예상 못하신 걸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검찰총장은 또 3초 정도 뜸을 들인다.
검찰총장 "인사에 대해서 제가 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기자 B "김 여사 수사 방침에 향후 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요 총장님"
앞선 대답과는 달리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서 바로 답을 한다.
검찰총장 "어느 검사장이 오더라도 수사팀과 뜻을 모아서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원칙대로 수사할 것입니다. 저는 우리 검사들을, 수사팀을 믿습니다. 인사는 인사이고, 수사는 수사입니다."
기자 A "후속 인사는 언제쯤 하실 계획이신지도 궁금해하는데요"
바로 대답이 나온다.
검찰총장 "제가 알 수 없는 문제입니다."
기자 B "총장님 임기 이제 넉 달 남았는데 그 전까지 수사 마무리하겠다는 혹시 방침 있으실까요"
검찰총장 "저는 검찰총장으로서, 공직자로서 저에게 주어진 소임, 직분, 소명을 다할 뿐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습니다."
기자 A "남은 임기는 끝까지 소화하시는 걸로 이해하면 됩니까"
검찰총장 "방금 말씀드렸던 것처럼 공직자로서, 검찰총장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소명과 책무를 다하겠습니다. 예, 더 질문 없으시면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멈추지 않고 질문을 이어갔더라면 계속 질의 응답이 이어질 분위기였다. 기자들이 이렇게까지 자꾸 말할 줄 모르고 준비한 질문이 많지 않았던 모양이다.